무너진 담 앞에 서서 처음 든 생각은 "얼마 나올까"가 아니었습니다. "이걸 대체 누구한테 전화해야 하지"였습니다. 검색창에 제주 돌담 보수라고 쳐봐도 시공 사진만 잔뜩 나올 뿐, 정작 궁금한 견적 숫자는 어디에도 없었거든요.
제주 동쪽 구좌읍에 7년째 살고 있습니다. 마당 경계를 두른 담이 태풍에 한 번 무너진 뒤로 업체 세 곳한테 견적을 받았고, 그중 한 곳에 맡겼다가 두 달 만에 실패했고, 결국 다른 곳에 다시 맡겨서 마무리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받은 견적서 항목과 실제로 통장에서 빠져나간 돈을 그대로 적어두려고 합니다. 미터당 단가가 왜 두 배씩 차이 나는지, 견적서에서 뭘 확인해야 하는지, 그리고 지자체 지원을 기대해도 되는 상황인지까지 함께 정리합니다.

태풍 다음 날 아침, 무너진 구간은 4.7미터였습니다
지난주에도 제13호 태풍 돌핀의 간접 영향으로 제주에 순간 초속 20미터가 넘는 바람이 불었죠. 8일에는 최고 8미터대 파도까지 들이쳤습니다. 이런 날 다음 날 아침이면 저는 습관처럼 마당부터 한 바퀴 돕니다. 몇 해 전에 크게 당해봤거든요.
그날도 밤새 창문이 덜컹거렸고, 아침에 나가보니 남쪽 담 가운데가 푹 꺼져 있었습니다. 처음엔 "한 2미터쯤 됐나" 싶었는데 줄자를 대보니 완전히 무너진 구간이 4.7미터, 돌이 흘러내려 배가 부른 구간까지 합치면 7미터가 넘더군요. 담 높이는 1.2미터, 한 줄로 쌓은 외담이었습니다.
무너진 돌은 마당 안쪽이 아니라 바깥 밭 쪽으로 절반쯤 굴러갔습니다. 그 돌을 주워 담 옆에 모아두는 데만 혼자서 세 시간이 걸렸습니다. 현무암 한 덩이가 생각보다 무겁습니다. 두 손으로 들 수 있는 게 절반, 나머지는 굴려서 옮겨야 했습니다.
여기서 하나 알아두실 게 있습니다. 돌을 흩어두면 견적이 올라갑니다. 나중에 업체 사장님이 그러시더군요. 돌이 정리돼 있으면 조공 인건비 하루치가 빠진다고요. 그날 흘린 땀이 나중에 30만 원을 아꼈습니다.
업체 세 곳에서 받은 견적, 숫자 그대로 적습니다
마을 이장님한테 물어서 두 곳, 지역 카페에서 한 곳, 총 세 군데를 불렀습니다. 세 곳 모두 현장에 직접 와서 보고 갔고 견적은 전화나 문자로 왔습니다.
A업체 (읍내 조경석 업체, 60대 사장님 단독) 미터당 12만 원 × 7미터로 84만 원. 굴착기 없이 인력 2명 하루 작업, 기존 돌 재사용, 현금가 80만 원.
B업체 (조경·석축 전문, 직원 4명 규모) 미터당 18만 원 × 7미터로 126만 원. 여기에 2.5톤 미니 굴착기 1일 45만 원 별도, 현무암 보충석 1톤 8만 원. 기초 터파기와 잡석 다짐 포함. 최종 179만 원, 부가세 별도.
C업체 (타 지역 업체, 제주 출장) 미터당 15만 원 × 7미터로 105만 원. 출장비 20만 원 별도, 자재 현장 조달 조건. 최종 125만 원.
세 곳이 두 배 넘게 차이 났습니다. 저는 그때 이게 단순히 바가지냐 아니냐의 문제인 줄 알았습니다. 아니었습니다. 세 견적은 애초에 다른 공사를 제안하고 있었던 겁니다. A는 무너진 돌을 다시 얹는 것, B는 담 밑을 파서 기초부터 만드는 것, C는 그 중간이었습니다. 제주 돌담 보수에서 견적 비교가 어려운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같은 이름의 공사가 아닙니다.
가장 싼 견적을 골랐다가 두 달 만에 다시 무너졌습니다
저는 A업체를 선택했습니다. 80만 원.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마을 어르신들이 "옛날부터 담은 그냥 얹어 쌓는 거"라고 하셨고 저도 그 말이 맞다고 생각했거든요.
사장님은 정말 잘 쌓으셨습니다. 하루 만에 끝났고 돌 맞물림도 촘촘했고 겉보기엔 원래 담보다 나았습니다. 그런데 두 달 뒤, 가을비가 사흘 내리 온 다음 날 아침에 같은 자리가 또 배가 불러 있었습니다. 완전히 무너지진 않았지만 손으로 밀면 흔들렸습니다.
원인은 담이 아니라 땅이었습니다. 담이 서 있던 자리 아래로 마당 물이 흘러나가는 길이 나 있었고, 오랜 세월 흙이 쓸리면서 기초가 한쪽으로 기울어 있었던 겁니다. 위에 아무리 잘 쌓아도 밑이 움직이면 소용이 없습니다. B업체가 굳이 터파기와 잡석 다짐을 넣어 견적을 낸 게 그래서였습니다. 그분은 현장에서 그걸 봤던 거고, 저는 그 항목을 "비싸게 부르려는 명목"으로 읽었습니다.
제주 돌담 보수를 알아보시는 분이라면 이 부분만큼은 꼭 확인하시길 권합니다. 무너진 원인이 태풍인지, 배수인지, 노후 침하인지부터 봐야 합니다. 태풍에 한 번에 쏟아진 담은 다시 쌓으면 되지만 서서히 배가 불러온 담은 다시 쌓아도 또 무너집니다. 구분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무너진 구간의 흙 표면을 보세요. 물길 흔적이 있거나 담 안쪽 흙이 바깥보다 눈에 띄게 꺼져 있으면 배수 문제입니다.
견적서에서 제가 놓쳤던 네 가지 항목
두 번째로 B업체에 연락하면서 이번엔 견적서를 항목별로 뜯어봤습니다. 제주 돌담 보수 견적을 받으실 때 이 네 가지는 반드시 물어보시길 바랍니다.
첫째, 기초 처리가 포함되어 있는지. "터파기", "잡석 다짐" 같은 단어가 견적서에 한 줄도 없으면 그건 얹어 쌓기 견적입니다. 싼 게 당연합니다.
둘째, 보충석 비용이 누구 부담인지. 무너지면서 돌이 깨지거나 굴러 사라집니다. 저는 7미터 구간에서 0.8톤가량이 부족했습니다. "기존 자재 재사용"만 적혀 있고 부족분 조항이 없으면 공사 당일에 추가 청구가 들어옵니다.
셋째, 장비 진입 조건. 미니 굴착기가 마당까지 들어올 수 있느냐가 비용을 크게 가릅니다. 저희 집은 대문 폭이 2.1미터라 2.5톤 장비가 겨우 들어갔습니다. 못 들어가면 전부 인력 작업이고 공기가 이틀에서 사흘로 늘어납니다.
넷째, 하자 기간.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A업체 견적서엔 하자 조항이 아예 없었습니다. 두 달 뒤 연락드렸을 때 "돌담은 원래 무너지는 것"이라는 답을 들었고 저는 할 말이 없었습니다. B업체는 구두로 1년을 이야기했고 저는 그걸 문자로 남겨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문자 한 통이 계약서 역할을 합니다.
지원금 알아보다 알게 된 두 가지
"태풍에 무너졌으니 지원금 나오지 않겠나" 싶어 읍사무소에 물어봤습니다. 답은 명확했습니다.
자연재난 사유시설 재난지원금의 지원 항목은 인명피해, 주택 전파·반파·침수, 주생계수단인 농림업 피해, 소상공인 영업장 침수 이상 피해 네 가지입니다. 개인 담장이나 돌담 단독 피해는 지원 항목에 없습니다. 신청 기간도 재난 종료일로부터 10일로 짧고, 읍면동 방문이나 국민재난안전포털에서 접수합니다. 담장만 무너졌다면 기대하지 않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다만 밭에 붙은 밭담이라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 여지가 생겼습니다. 2026년 8월 초 확정된 제2차 제주밭담 보전관리 종합계획(2026~2030년)에 따라 제주도가 가칭 밭담보전관리직불제를 도입하기로 했거든요. 2025년 12월 지역농어촌진흥기금 조례가 개정되면서 그동안 막혀 있던 법적 근거가 마련됐습니다. 다만 직불금은 한림읍 동명리·귀덕1리, 애월읍 수산리·어음1리, 구좌읍 월정리·평대리, 성산읍 난산리·신풍리 등 8개 핵심 마을을 대상으로 2028년부터 시범 지급될 예정이고, 지급 기준도 밭담 복원 실적과 환경정비·주민 교육 실적 중심입니다. 즉 지금 무너진 담을 오늘 고치는 비용을 대주는 제도가 아니고, 보전 활동에 대한 인센티브에 가깝습니다. 세부 시행 내용은 앞으로 공고될 예정이니 제주특별자치도 누리집의 입법·고시·공고란을 주기적으로 확인하시는 게 정확합니다.
참고로 제주 밭담은 2013년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고 이듬해 FAO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유산입니다. 도내 전역에 흩어진 총 길이가 2만 2106킬로미터로 추정되고, 검은 용을 닮았다 해서 흑룡만리라 불립니다. 저희 집 담 7미터도 그 2만 킬로미터의 아주 작은 조각이라고 생각하면 기분이 좀 이상합니다.
직접 쌓아본 이틀, 인건비가 왜 그 값인지 알았습니다
B업체에 다시 맡기기 전에 마당 안쪽 낮은 담 3미터 구간을 제가 직접 쌓아봤습니다. 인건비를 아끼려는 목적도 있었지만 솔직히는 "미터당 18만 원이 말이 되나" 싶어서였습니다.
이틀 걸렸습니다. 3미터를요.
돌 하나를 올릴 때마다 앞뒤로 돌려가며 맞물릴 면을 찾아야 하는데 그 판단이 제일 어렵습니다. 저는 한 개 얹는 데 5분씩 썼고, 다섯 단쯤 올리면 아래가 흔들려서 다시 내렸습니다. 첫날은 1미터도 못 갔습니다. 둘째 날 요령이 붙어 2미터를 채웠는데, 나중에 B업체 사장님이 보시더니 "안쪽 굄돌이 없어서 겨울 지나면 주저앉는다"고 하시더군요. 겉에 보이는 큰 돌만 쌓고 그 뒤를 작은 돌로 받치는 작업을 아예 안 했던 겁니다.
이틀 꼬박 쓰고, 손바닥 까지고, 결국 다시 해체했습니다. 그 뒤로 미터당 단가를 보는 눈이 달라졌습니다. 제주 돌담 보수는 돌값이 아니라 기술값입니다. 돌은 이미 마당에 있으니까요.
그래서 얼마를 준비해야 하나
최종적으로 B업체에서 마무리했습니다. 굴착기로 담 밑을 40센티 파고, 잡석 깔아 다지고, 물이 흐르던 자리엔 유공관을 묻은 뒤 다시 쌓았습니다. 실제 지출은 시공비 126만 원, 미니 굴착기 1일 45만 원, 보충석 1톤 8만 원, 유공관과 부자재 12만 원, 부가세 19만 1천 원을 더해 210만 1천 원이었습니다.
여기에 앞서 날린 A업체 80만 원을 더하면 290만 원입니다. 7미터짜리 담 하나에요. 처음부터 제대로 된 견적을 골랐으면 210만 원에 끝날 일이었습니다.
정리하면 단순 재축조는 미터당 10~13만 원, 기초 보강까지 포함하면 미터당 17~20만 원 선에서 견적이 나온다고 보시면 얼추 맞습니다. 여기에 장비비와 자재 보충분이 붙습니다. 담 높이와 접근성, 업체 규모에 따라 달라지니 반드시 세 곳 이상 받아보세요. 세 곳을 받아야 견적이 아니라 원인 진단이 비교됩니다. 저는 그걸 290만 원 주고 배웠습니다.
오늘 바로 하실 수 있는 것
혹시 지금 담이 배가 불러 있거나 한쪽이 기울고 있다면, 업체 부르기 전에 이 세 가지만 먼저 해두세요. 견적의 질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하나, 사진을 세 각도로 찍어두세요. 정면, 담 안쪽 바닥, 담 바깥쪽 바닥. 업체가 오기 전에 이 사진을 보내면 헛걸음이 줄고, 나중에 하자 다툼이 생겼을 때 증거가 됩니다.
둘, 줄자로 정확한 길이와 높이를 재두세요. "한 5미터쯤"이라고 말하면 견적도 "한 60만 원쯤"으로 돌아옵니다. 4.7미터라고 말하면 항목별 견적이 옵니다.
셋, 비 오는 날 마당에 나가 물길을 확인하세요.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마른 날에는 절대 안 보입니다. 물이 담 쪽으로 모여 흐른다면 아무리 잘 쌓아도 소용없다는 뜻이고, 그 사실을 알고 견적을 받는 것과 모르고 받는 것은 결과가 완전히 다릅니다.
제주 돌담 보수는 미루면 미룰수록 비싸집니다. 배가 부른 상태에서 손보면 3미터 공사지만, 겨울 한 번 넘기고 완전히 주저앉으면 옆 구간까지 딸려가서 10미터가 됩니다. 저희 집 담이 딱 그 순서를 밟았습니다. 태풍 소식이 잦아지는 계절입니다. 담이 흔들리는 걸 보신 그날, 줄자부터 꺼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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